조훈현 9단의 조언 - 더 깊이, 더 오래 생각하라.

조훈현 9단의 조언 - 더 깊이, 더 오래 생각하라.

사진 국민일보 발췌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수읽기를 하며 산다. 바둑에서와 마찬가지로 삶에서도 수읽기는 필수다. 

사람을 만나서 나누는 모든 대화, 직장에서의 모든 행동, 집을 사거나 투자를 하는 등의 모든 선택이 수읽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에도 수읽기는 필요하다. 서류로 보고할 것인가, 구두로 보고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할 것인가 과정부터 상세히 말할 것인가. 

수읽기는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더욱 중요하다. 특히 비즈니스나 부동산, 주식, 펀드 등 예측을 요하는 직업은 수읽기가 본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이 쓰는 수읽기 방법도 프로 바둑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라면 지엽적인 문제들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빤히 보일 것이다. 각 나라의 경제정책, 소비심리, 물가지수,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 등을 날마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저절로 보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바라보면서 어떤 종목이 상승할지,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지, 전체적인 수읽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수읽기가 늘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난다 긴다 하는 전문가도, 나 같은 바둑 프로9단도 뭔가를 놓쳐서 잘못된 선택을 한다. 수읽기가 늘 성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아무리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예측한다 해도 가끔은 잘못된 수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컴퓨터가 아닌 이상 자기가 유리한 대로 해석해버리는 자아를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읽기를 방해는 것은 욕심이다. 

이들은 단시간에 고수익을 내고 싶은 욕심에 위험에 대해서는 무시해버린 것이다. '설마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 '은행이 관리하니까 다 잘 되겠지!' 이런 안일한 마음으로 열심히 판매에만 몰두한 것이다.

바둑에서도 그렇다. 꼭 이겨야한다는 욕심이 꿈틀거리면 수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면 서너 수 앞이 안 보인다. 그래서 수읽기를 제대로 한다는 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고수라면 좋은 수가 보이는 순간조차도 흥분해서는 안 된다. 그게 내 눈에 보였다면 상대의 눈에도 보였을 것이고, 그 역시 그에 대해 준비를 할 것이 분명하다. 좋아 보이는 길일수록 더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마음을 버린 상태에서 검토하고 또 검토하여 최선의 수를 선택해야 한다.

위기십결에서 '부득탐승'은 '승리를 탐하면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프로 기사들은 자신에게 유리해 보이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고,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순간이라는 걸 늘 되새긴다. 얕은 수읽기의 결과는 반드시 스스로 치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매사에 욕심을 버리고 더 멀리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왜 기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많이보고 기관이나 외인은 수익을 보는지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라는 생각이든다. 그는 개인들의 수읽기가 부족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개인들은 좋은 주식을 산다. 좋은 주식이란 말그대로 좋은 대기업을 산다. 또는 어떠한 이슈로 많이 하락한 주식을 산다. 또는 부채비율과 자산가치 등에 비추어 저렴한 기업을 사고, 또는 추천해준 기업들을 산다.

그러나 고수는 위와 같은 모든 것을 고려하되 그것이 올바른 수인지는 최대한 고민하여 결정을 내린다. 좋은 기업인 것은 알지만 사기에 적정한 가격인지는 모르고, 하락했지만 이보다 더 하락할 소지가 분명한 주식이 있다. 또한 추천했지만 이미 많이 올라서 사기 부담스런 기업이 있고, 모두가 바라보는 종목이라면 이미 과대평가되어서 역시 먹을 것이 없는 기업이 많다.

고수는 이 외에도 체계적인 위험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다. 정치, 환율, 세계경제, 주변국들의 이슈와 산업의 동향 등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여 좋은 기업을 선정하며 수익을 낸다.

우리는 이렇게 고수처럼 수읽기를 많이 해야하며 그러지 못할때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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